이사후기

고객만족센터

무료 전화상담
무료 방문견적
1599-2407

  • 평일 오전9시~오후8시
  • 토요일 오전9시~오후7시
  • 일요일 오전10시~오후6시

맘편한
친절 상담서비스!

실시간 무료견적 이사후기 이사현장 수성블로그

이사후기

청결하고 안전하며 편리한 이사서비스

Home 이사후기

이사후기

고객님의 이사후기를 들려주세요 서비스 개선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 일러두기 >

 이 글을 읽는 펨게이들은 다음 중 본인이 해당되는 바에 따라 읽으면 되겠다.

#1 나는 현재 잉여로우며, 영화나 한 편 볼까 생각 중이었고, 빌런을 좋아한다.
-> 다 읽자.

#2 지금 이 장문을 다 읽기는 뭣한데, 추후 찬찬히 봐 줄 의향은 있다.
-> 스크랩 or 와드(ㅇㄷ) 

#3 흥미는 동한다만 이걸 어떻게 다 읽냐!?
-> 스크롤 스윽 내리면서 한 줄 요약, 사진, 색깔로 강조된 중요 부분만 훑다가 취향에 맞는 빌런이 나오면 그 파트만 읽어.  

< 참고 >

(1) 이 글은 2부임. “역대급 빌런 소개인데 어떻게 얘가 없을 수가 있지?” 싶으면 1부에 있을 수도. 
* 1부 링크: 
(2) 본문이 나름 도움이 됐거나, 작성자의 노오력이 가상하다 싶으면 댓글로 잘 봤다는 정도의 멘트를 남겨 주면 고맙겠다. 
(3) 글의 가독성을 향상시킬 방안이나 보완하면 좋을 만한 부분을 조언해 준다면 크게 환영.
(4)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캐릭터의 성씨(Last Name) 기준으로 ABC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며, 명칭으로 통용되는 캐릭터의 경우 첫 알파벳을 기준으로 함.  
(5) 각 빌런마다 기본 정보는 다음과 같이 표기함.
[From 우리말 제목(원제, 출시 년도)]
[By 배우 이름]

-

 Hello.
 <매력적인 영화 빌런 1부>에 이어 2부를 게재하게 됐다. 지난 1부에서는 15개 빌런을 다루었지만, 이번 2부에서는 10개 캐릭터만 소개한다. 

 빌런 추천은 3부까지 작성할 예정이었지만, 마땅히 추천할 만한 역대급 빌런이 이제는 많이 떠오르지 않아서 여기까지만 할까 싶기도 하다. 

 인지도가 현저히 낮은 무명 영화의 등장 캐릭터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영화 감상이 취미인 펨게이라면 이미 전부 본 영화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로 아직은 많은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을 위한 글이 되겠다.

 좋은 밭에서 좋은 곡물이 생산되기 마련이듯, 별 볼 일 없는 삼류 영화에서 역대급 빌런이 탄생할 수는 없는 법이다. 본문 역시 오롯이 해당 빌런 하나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작품들 역시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기에 다루었다. 빌런 소개임과 동시에 영화 추천인 것.

 참고로 작성자는 초중딩 시절인 2000년대 중후반 즈음에 영화를 좋아해 20세기 영화들도 꽤 찾아보고는 했다. 정작 성인이 된 후로는 대한민국 청년의 평균치만도 안 본 듯. 그에 따라 본문에서 다루는 빌런들 역시 2010년 이전에 출시된 영화의 캐릭터가 대부분. 최근에 본 것도 아니고, 가물한 기억을 열심히 되짚어 가며 작성한 글이므로 의도치 않게 사실에 반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 줘라.



- 시작


(1) 아민.jpg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1) 이디 아민 (Idi Amin)
[From 라스트 킹(The Last King of Scotland, 2006)]
[By 포레스트 휘태커]

“온화한 성군이라는 위선 뒤에 숨겨진 폭군의 잔악무도함.”

◈ 스토리

 갓 의대를 졸업한 스코틀랜드 청년인 니콜라스는 젊은 시절에 고생은 사서라도 하는 게 아니겠냐는 근래 보기 드문 패기로 눈을 감은 채 지구본을 돌려 처음 찍은 나라로 무작정 의료 봉사를 떠나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그리하여 당첨된 국가는 아프리카의 우간다.

 힘들긴 해도 의료 봉사자로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던 니콜라스는 우연한 계기로 우간다의 새 지도자인 아민 장군의 손에 난 상처를 치료하게 된다. 치료 중 주변에서 계속 시끄럽게 울어 대는 황소의 마빡에다 총을 갈겨 죽여버리는데, 니콜라스의 포스(?)에 감화된 아민은 그를 재차 불러 자신의 주치의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한다. 고민 끝에 니콜라스는 이를 받아들이는데, 보직만 주치의지 실상은 현 대한민국의 권력 서열에 대입하면 청와대 고위 비서관 정도 되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국제 사업가들과의 공식 면담에도 니콜라스를 대리인으로 보낼 정도. 점차 아민의 총애와 자신의 권력에 자아도취되는 니콜라스를 두고 우간다에 거주하는 백인들은 ‘아민이 키우는 하얀 원숭이’라며 조소한다.

 마냥 자신을 총애하는 관대한 성군으로서의 면모만 보여주던 아민의 온화한 카리스마에 반해 그의 심복이 됐건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잔인한 진면목을 인지하게 되면서 니콜라스의 마음 속에서는 두려움과 회의감이 커져만 간다. 관저 내에서의 화려한 생활의 이면에서 아민은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국민들을 무참히 살육하고 있었던 것. 니콜라스는 우간다를 떠나 스코틀랜드로 귀국하고 싶지만, 아민이 그를 순순히 놓아 줄 리가 없으니 둘의 관계에는 암운이 드리운다.

◈ 특징/능력

 아디 아민은 ‘아프리카의 검은 히틀러’라 불린 동명의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한 캐릭터. 1970년대 우간다를 통치한 독재자인 아민은 안 그래도 궁핍하기 짝이 없는 나라의 불쌍한 국민들을 무려 30-50만이나 학살했다. 수치가 정확하지 않은 이유도 오질나게 죽인 건 확실한데 국가 실정이 실정이다 보니 제대로 된 집계가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단순히 대량 학살을 자행한 수준이 아니라,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쇠망치로 정적의 머리를 깨버리거나,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고문을 자행하는 등 천인공노할 잔악무도함이 두드러졌던 인물이다. 학살한 사람들의 시체를 죄다 악어밥으로 던졌는데, 이 때문에 우간다의 늪에 악어가 대거 번성하게 됐다는 썰이 있을 정도. 

 작중 첫인상은 관대하고 온화했으며, 이로 인해 니콜라스로 하여금 자신에게 철저히 반하도록 했으니 나름 용의주도한 면도 있다. 삼국지를 읽어 본 펨게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유형의 폭군이 진정 위험한 이유는 겉으로 내세우는 기조 자체는 대의명분에 부합하는 데다, 최소한 본인 휘하의 심복들에게만은 무한한 애정을 쏟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현혹되기 쉽다는 것. 물론 이용 가치가 떨어지거나 반감을 사는 순간, 어떤 비극이 기다리고 있을 지는 안 봐도 비디오. 사회 생활 중 누군가를 따르고자 할 때 당장 내게 얼마나 잘해주는가를 척도로 삼는 것이 어째서 위험한가를 적나라하게 증명한다.

 국가수반으로서의 능력을 논하자면 두 말할 것도 없는 낙제점.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한 부분 자체가 없다. <라이온킹>의 스카처럼 군주가 될 자질이 없는 인물이 국가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서게 되면 얼마나 지랄 맞은 상황이 연출되는가를 여실히 볼 수 있다. 아민에게는 빈민국인 우간다를 안정화시킬 능력은 물론, 그럴 의지조차 없었고 주변 측근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하지도 못했다. 능력이자 지성이나 꽝인데 유일하게 가진 게 권력이다 보니, 그 힘을 오롯이 국민들을 찍어 눌러버리는 데 쓴 우간다의 검은 마왕.

◈ 연기

 포레스트 휘태커는 당년 미국 아카데미, 영국 아카데미, 그리고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 트리플 크라운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민을 연기한 그의 연기력에 관해서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세말하면 입이 아픈 수준. 단언컨대 휘태커의 커리어 최고 열연.

 작성자가 그의 연기가 진정 빼어났다고 느낀 부분은, 니콜라스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을 시기에 보였던 온화한 모습과 이후 그를 냉랭히 대하는 비정한 모습 간의 극명한 괴리를 분명히 체감할 수 있었다는 점.

 특히 니콜라스가 아민에게 아시아인들을 모조리 추방했다가는 국제 여론이 악화될 터이니 그 결정만큼은 철회하는 게 좋겠다고 간언했을 때는 니놈 새끼가 뭘 아냐는 식으로 씹어버리고는, 결국 니콜라스의 말 그대로 언론의 집중포화에 시달리게 되자 이번에는 “그때 나를 더 강하게 말렸어야지!”라며 염병을 떠는 씬이 압권.

◈ 영화

 매우 추천한다. 실제 아프리카 역사에 관해 아는 바가 전무해도 문제될 게 없다. 100% 창작된 스토리라고 생각하도 봐도 무방.

 국내에서는 그 인지도가 이상하리만치 낮은 영화다. 작성자 역시 DVD 대여점들이 아직 잔존하고 있을 시절에 줄거리만 읽고 빌려서 보게 됐는데,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는 게 당시 내가 처음 대여했던 거라 알바가 코드를 새로 등록했었다. 그게 12년도였나 13년도였나 그랬는데 이 작품이 06년작임을 상기하면 기가 막힐 따름. 가끔 영화 좀 봤다는 친구들과 대화해 봐도 이 영화를 아는 애는 없더라. 휘태커가 시상식을 휩쓴 것만으로도 모르긴 해도 미국에서는 유명한 작품일 텐데 유독 국내에서 미진한 게 아닐까 싶다. 






(2) 괴트.jpg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2) 아몬 괴트 (Amon Goeth) 
[From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By 랄프 파인즈]

“무능한 악인이 많은 이의 생사여탈권을 쥐었을 때 벌어지는 참극.”

◈ 스토리

 시대적 배경은 독일 나치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행인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자행하고 있던 시기의 폴란드. 독일인 사업가인 오스카 쉰들러는 유대인들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목격하고는, 최대한 많은 유대인들을 구해내겠다는 일념 하에 본인 소유의 공장으로 고용을 빙자해 유대인들을 조금씩 빼돌리기 시작한다. 

◈ 특징/능력

 작중 주인공이자 선인인 오스카 쉰들러의 대척점에 서 있는 안티테제. 유대인들에게 있어 쉰들러가 구원자라면 이쪽은 대재앙.

 작성자는 ‘최고의 나치 빌런 캐릭터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스터즈>의 한스 란다를 댔을 것이다. <쉰들러 리스트>를 13년 만에 다시 보기 전까지는 말이지(현재는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그냥 투톱이라 생각한다). 정확히 하자면 나치 빌런이라는 공통된 카테고리에 속하긴 해도, 아몬 괴트와 한스 란다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악당이다. 한스 란다가 지능적이고 교활하다면, 이쪽은 단순무식한 사독함이 두드러진다.

 괴트의 최대 특징은 유대인들에 대한 태도와 기조. 그는 딱히 유대인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는 증오심에 살육을 행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한테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으니까 죽인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유대인을 처형할 때의 모습을 보면 어떠한 희열도 느껴지지 않으며, 마치 평범한 현장직이 제 일을 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런 무정한 면모는 자신의 명령에 다른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로(반발한 게 아니라 진짜 본인이 아는 대로 의견을 전달한 정도에 불과했다) 젊고 유능한 유대인 건축가를 가차없이 총살시키는 씬에서 잘 드러난다. 순전히 나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유대인을 학살하기에 이만한 적임자도 드물긴 할 것.

 그렇다면 악독한 만행과는 별개로 능력 자체는 좋은가 하면 아니올시다. 우선 나치 장교가 본인이 감독하는 수용소에서 유대인을 죽이는 건 자비심이 결여된 인간이기만 하다면 아무리 무능할지라도 할 수 있다. 작중 괴트에겐 [죽인다->나머지에게 공포가 각인된다]라는 지극히 단순한 패턴 이외에 다른 그 어떠한 해결 능력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으로 하여금 타인을 존중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두려움을 심어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수용소 관리 능력이 (철저히 나치의 관점에서) 나름 효율이 보장되는 방식이긴 했겠지만 거기까지다. 한스 란다가 권한과는 별개로 외국어 구사, 심리전, 회유, 협상, 추리 등 다재다능한 재능을 선보인 ‘능력자’인 반면에 이쪽은 압도적인 갑(甲)의 위치에 올라있지만 않는다면 유능하다고 평가받을 만한 요소가 없는 인물.

 <쉰들러 리스트>를 본 많은 이들이 가장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 씬은 괴트가 본인의 자택 발코니에서 수용소를 내려다 보며 유대인을 ‘무작위로’ 저격해 죽이는 장면일 것이다. 행위 자체보다도 엄연히 무고한 자들을 살인하는 것인데도 마치 너무나 당연하고 일상적인 생활 패턴인양 담담해 보이는 괴트의 표정이 포인트.

 참고로 (1)의 이디 아민과 이 글에서 유이하게 동명의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빌런이다.

◈ 연기

 훌륭하다. ‘랄프 파인즈’ 하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구스타브를 많이들 떠올릴 텐데, 개인적으로 구스타브 외에 아몬 괴트와 <퀴스 죠>의 찰스 도렌이 랄프 파인즈의 커리어 하이 3대장이라 생각한다.

 얼핏 생각해 보면 이 아몬 괴트라는 실제 인물의 행적이 행적인지라 필연적으로 역대급 빌런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캐릭터라 딱히 배우의 연기를 높이 살 것도 아니다 싶을 수 있는데, 무심하기에 잔인할 수 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이 정도로 잘 표현해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씬은 허구한 날 유대인들의 목숨을 주저없이 거두는 괴트에게 쉰들러가 “죽이는 게 힘이 아니라, 죽일 수 있는 자를 자비롭게 살려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이다.”는 조언을 듣고서는, 나름 깊은 인상을 받긴 했는지 실수를 범한 유대인 소년을 그냥 보내주는 그로서는 실로 파격적인 은총을 베푸는가 했더니만 역시나 이내 마음을 바꿔 소년을 저격해 죽이는 장면. 이 때 처음 소년을 그냥 보내줄 때의 고심하는 표정 연기가 압권.

◈ 영화

 명감독 중의 명감독이라 일컬어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것들 중 하나다. 실제로 스필버그는 자기가 연출한 작품 중 가장 아끼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 마치 자식들 중에 제일 예뻐하는 애가 누구냐는 것처럼 들려서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꼽자면 <쉰들러 리스트>와 <E.T.>라고 답한 바 있다(사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가장 잘 만든 게 <쉰들러 리스트>고 가장 특별히 여기는 게 <E.T.>라고 했던 듯).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펨게이라면 아직 보지는 않았을지라도 그 명성에 관해서는 익히 들었을 자타가 공인하는 명작.

 다만, 명작인 것과는 별개로 모든 펨게이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첫째로 러닝 타임만 해도 무려 200분 가까이 되며, 둘째로 주제다 주제이다 보니 작중 분위기가 시종일관 무겁고 진중하며(심지어 흑백이다), 셋째로 역사적 비극을 다룬 작품인 만큼 ‘재미’라는 요소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이런 유형의 영화가 취향에 맞지 않는다거나, 오늘은 내키지 않는다면 과감히 거르자. 참고로 유대인 홀로코스트를 다룬 또 다른 명작인 로만 폴린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더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3) 할.jpg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3) 할-9000 (Hal-9000)
[From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
[By 더글라스 레인(Voice)]

“스스로 사고하는 교활한 인공 지능.”

◈ 스토리

 우주 탐사선 디스커버리 호는 인류 문명의 기원이라 알려진 검은 돌 ‘모노리스’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우주로 파견된다. 대부분의 탑승원들은 임무 수행이 되기 전까지 동면 상태에 들어갔기에 탐사선 내에서 의식이 깨어 있는 자는 승무원 둘에다 시스템을 총괄하는 인공 지능 시스템인 할-9000 뿐.

 문제없이 순항하고 있던 와중, 데이터 오류 확률 0%라 자신하는 할로부터 전달 받은 정보가 다른 인공 지능 시스템의 그것과 차이가 있음을 승무원이 인지하게 되면서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자신의 데이터는 절대로 틀릴 리가 없다고 확신하는 할의 킹관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낀 두 승무원은 수리를 핑계로 할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없는 소형 캡슐에 들어가 어찌 해야 할 것인지를 논의한다. 

 그러나 승무원들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할이 캡슐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승무원들이 대화하는 입모양을 보고 자기를 셧다운시키는 계획을 논의 중임을 알게 된 것. 이에 할은 탐사선 내의 모든 인간들을 제거하겠다는 악의를 품는다. 

◈ 특징/능력

 인공 지능이 주체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게 되어 ‘창조자’인 인간을 위협한다는 컨셉의 선구자격 캐릭터. 인간이 과학 기술을 통해 창조해낸 존재가 역으로 인간을 위협한다는 설정은 이제는 진부하다 할 만큼 흔하디 흔한 것이지만, 할-9000은 이 유형의 시초라는 점에서 작지 않은 의의를 지닌.

 정확히 하자면 능력보다는 기능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긴 하겠지만, 편의상 능력이라 한다면 할은 인간 ‘따위’와는 비교 자체가 실례라 할 만큼 압도적으로 우월한 정보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 우주 탐사선 하나를 통째로 관장하는 건 물론, 그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다루면서도 오류가 없다. 인간 입장에서 불행 중 다행은 ‘시스템’이다 보니 터미네이터를 보내는 스카이넷과는 달리 인간을 직접적으로 타격할 방편이 제한적이라는 것.

 명망 높은 빌런들을 싸그리 다 통틀어도 시각적인 요소가 극히 배제되어 있는 빌런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외형이라고 해 봐야 새까만 반구형 본체(?)의 중심에 붉은 카메라 아이가 떠올라 있는 형태. 왠지 오늘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기업과 학교의 보안을 수호하기에 여념이 없으신 세콤님들이 떠오른다. 그래도 보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음신한 느낌이며, 특히 붉은 카메라 아이가 보는 이를 똑바로 응시하는 것만 같아 기괴한 기분이 들긴 해서 시각적인 요소가 0에 수렴하는 정도는 아니다. 참고로 할이 크게 동요하는 상황에서조차 저 붉은 카메라 아이에는 일말의 변화조차 없다.

 할이라는 빌런의 진면목은 을씨년한 청각적 요소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작중 내내 할의 음성은 이질적이고, 무감정하며, 그리하여 기계스럽다. 정보를 전달할 때나, 자기 의견을 표명할 때나, 인간을 비난할 때나, 심지어 자비를 구걸할 때조차도 할의 어조에도 아주 미묘한 차이조차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할이 결코 인격체가 아닌, 인간의 감정적인 영역까지는 흉내낼 수 없는 기계체임을 시사한다.

◈ 연기

 상기했듯 할은 청각적 요소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빌런인 만큼, 성우가 무미건조한 기계적 어조를 잘 연기해 내지 못했다면 캐릭터 구상 자체가 어그러졌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성우 더글라스 레인 씨에게 박수.

◈ 영화

 SF 장르, 그중에서도 특히 우주를 공간적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에게는 가히 절대적인 의의를 가지는 명작 중 명작이다. 당대 최고의 갓작을 꼽을 때 단골로 소환되는 건 당연지사. 거의 모든 SF 팬과 평론가가 입을 모아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가며 찬양해 마지않는다. 단언컨대 1968년 이후로 나온 우주 공상 과학 영화치고 이 작품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전무하며, 많은 펨게이들이 좋아하는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등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덕에 존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영화와 스탠리 큐브릭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1968년도에 이 정도의 퀄리티로 우주 공간을 연출해냈다는 점에 있다. 1968년도면 20대 펨게이들의 부모님 생년이 그 정도 될 것인데, 참고로 닐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뎠던 역사적인 순간이 1969년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영화는 인류가 아직 달 표면을 밟아보지도 못했을 적에 제작됐다는 거다. 당연히 우주에 관한 사람들의 지식이 지금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빈약했고, 우주 공간에 대한 고증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던 시대에 이걸 만든 것. 그 시대의 관객들이 원하는 퀄리티의 정점을 넘어 그 이상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찬란한 영화사적 가치와는 별개로 추천 대상은 영화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고, 고전 명작을 찾아 보는 데 거부감이 없는 펨게이들에만 한정적으로 추천한다. 중간 중간에 위기가 좀 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다 보고 나면 어째서 이게 우주 공상 과학 영화의 레전설인 것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그러나 당장 재미있게 볼 영화를 찾는 펨게이들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 것이, 장르의 특성상 기술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1969년의 미국 관객이 아닌 온갖 화려한 3D에 익숙해져 있을 2020년의 펨게이들의 눈에는 그저 조약하기 짝이 없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다른 건 다 시대를 감안하고 본다고 한들, 150분의 러닝 타임을 오롯이 인내하기가 참으로 어렵게 만드는 건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간격이 욕이 절로 튀어나올 만큼 길다는 것. 영화 초반에 다루는 원숭이들의 진화 과정에서부터 지금이라도 딴 영화를 봐야 하나를 고민하게 될 것이고, 중반 소형 비행선이 주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질 것이다. 물론 1968년 당시에야 우주 공간에 대한 관객의 지식이 전무했을 시절이니 그저 넋을 놓고 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해당 사항 없다. 






(4) 클라라.jpg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4) 클라라 (Klara)
[From 더 헌트(Jagten, 2012)]
[By 애니카 베데르코프]

“토라진 그녀의 잔인한 거짓말.”

◈ 스토리

 루카스는 전처와 이혼한 뒤 고향으로 돌아와 유치원 교사로 재직한다. 선량하고 온화한 품성의 루카스는 유년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 온 고향 친구들과 어울리며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었건만, 한 여자애가 아가리를 털어대면서 그의 인생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클라라는 루카스에게 있어 친구의 딸이자, 유치원 제자이며, 이웃집 소녀이기도 하다. 클라라는 자상한 선생님인 루카스를 잘 따르며 그와 함께 등교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클라라는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잠시 하늘을 보며 누워 있던 루카스에게 다가와 입을 맞추었고,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도 루카스는 센스 있게 화답하면서도 이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음을 주지시킨다. 루카스로서는 교육자로서 당연히 줘야 할 주의를, 그것도 아주 유하게 한 것에 불과했지만 이를 좋아하던 선생님으로부터 외면 당한 것이라고 생각한 클라라는 앙심을 품고 기어이 사단을 내고 만다.

 방과후, 클라라는 유치원 원장에게 “루카스 선생님의 고X가 막대기처럼 뻗어 있었어요.”라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거짓 주장을 한다. 당연히 어린 소녀의 증언은 원장을 기점으로 일파만파 동네방네 알려졌고, 졸지에 루카스는 친구의 딸이자 자기 제자를 건드린 파렴치한으로 전락한다. 아동 상담가 앞에서 클라라가 명료한 진술을 하지 못했음에도, 현 시대 최강의 가불기인 킹관된 진술과 전설의 무적기인 씹인지 감수성은 루카스에게 이미 낙인을 찍어버렸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어린 클라라가 패닉에 빠져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 단정한다.

◈ 특징/능력

 성폭력 무고가 어떻게 한 남자를 파멸로 몰고 가는가를 적나라하게 증명하는 빌런이다. 꼬꼬마 유치원생이니 능력이라는 게 있을 리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연약함과 미성숙함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증언만 신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루카스의 삶을 도륙내는 배경이 된다. 성범죄 한정으로는 유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고, 눈물이 곧 증거이며,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다는 무책임한 논리가 난무하는 현 세대 반도국에서 살아가는 펨게이들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그 ‘현실성’에 몸서리쳐질 빌런이다.

 혹자는 아무리 그렇다 한들 유치원생에 불과한 꼬꼬마를 빌런으로 분류하는 건 가혹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작중 클라라가 루카스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가를 보면 빌런이 아닐 수는 없다. 단,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은 클라라와는 별개로 중립 따위 개나 준 마을 사람들의 태도이다. 실제로 클라라는 무슨 성인 여자가 악의를 품고 무고하는 식의 행위를 저지른 건 아니고, 그녀 딴에는 실연의 아픔(?)으로 인해 삐친 상태에서 그리 한 것에 불과했다. 일방적으로 루카스를 성범죄자로 낙인 찍은 마을 사람들, 사안에 합리적으로 접근하려고 드는 이는 그 누구도 없는 현실이야말로 최대의 원흉. 

 최소한 루카스의 항변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기만 했더라도 클라라의 거짓말은 악녀의 마수가 아닌 철부지의 찡찡거림으로 끝났을 것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존재 당위와 함께 인민 재판식 사회적 린치가 어째서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지를 증명한다.

◈ 연기

 맡은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그렇지 않을 수가 없지만, 그 어린 배우가 연기도 참 골때리게 했다. 특히 아동 상담가 앞에서 코를 훔치며 진술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실제로도 억울하게 아동 성범죄자로 몰리는 사람들이 저렇게 당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 영화

 간단히 요약하자면, 잔잔하게 소름 돋는 비극. 
 성폭력 무고에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현 세대 젊은 남자들에게 있어 소재가 곧 공포이며, 내용의 전개 역시 루카스에게 감정 이입을 해서 보다가는 울화통이 터질 수 있으므로 근래 화가 많이 쌓인 펨게이들은 일단 미루도록 하자. 그래도 보고 나서 음울해질 영화는 취향에 맞지 않는 펨게이들만 제외하면 모두에게 추천하는 띵작이다. 영화 자체로만 놓고 봐도 스토리, 연기, 연출 모두 흠 잡을 데 없다. 






(5) 리어리.jpg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5) 미치 리어리 (Mitch Leary) 
[From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 1993)]
[By 존 말코비치]

“버림 받은 자의 쓸쓸한 복수.”

◈ 스토리

 전직 CIA 특수 요원인 미치 리어리는 조국과 조직에 충성하며 주어진 임무마다 충실히 수행했다. 허나 리어리가 더는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때가 오자, CIA에서는 그가 그간 다수의 임무를 이행하며 알고 있을 정보의 유출과 보복을 우려하여 리어리의 전 파트너이자 친구로 하여금 그를 암살하라 보내는 인면수심의 통수를 친다. 

 자신을 암살하러 온 전 파트너를 죽인 후 충성했던 국가와 조직으로부터 철저히 배반당했다는 절망감에 빠진 리어리는 이내 복수의 화신이 된다. 그의 증오심은 국가를 향하고, 국가수반인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어마무시한 계획을 세운다. ‘안티로 돌아선 팬’의 무서움을 가장 통렬히 투영하는 예시라 하겠다.

 한편, 한 때는 잘 나가는 대통령 경호원으로서 착실히 커리어를 쌓아나가던 호리건(클린트 이스트우드)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을 막지 못해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겼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회한이 젖을 채로 살아왔다. 대통령 비서실에서도 호리건을 쓸데없이 고지식하고 감정적인 늙다리 애물단지로 취급하는 분위기.

 리어리는 과거의 회한에 젖어 있다는 점에서 동질감은 느꼈는지, 호리건에게 지속적인 연락을 하며 유난한 집착을 보인다. 심지어 그에게 자신의 대통령 암살 계획을 내비치기까지 한다. 빈말이 아님을 알게 된 호리건은 사전에 리어리를 체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보지만 번번히 허탕만 친다. 닿을 것 같으면서도 끝내 닿지는 않는 리어리와 이번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무장한 호리건은 대통령 암살 성공이냐 저지냐를 두고 운명의 데스 매치를 벌이게 된다.

◈ 특징/능력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일개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무슨 괴수나 히어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쪽도 나름 설정부터가 전직 특수 요원인지라 신체 능력은 최정상급이라는 설정. 단, 호리건과 그의 파트너의 추격을 피해 지붕 위로 도망다니는 씬 외에는 딱히 피지컬적인 요소가 부각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영화 내용 자체가 신체 경합보다는 심리적 대결 구도를 다룬 것이라 그런 듯.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다는 설정을 가진 빌런들이 흔히 제 감정과 울분에 못 이겨 일을 그르치거나 허점을 노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많은 것과는 상반되게, 리어리는 성격도 침착하고 두뇌 회전도 좋은 문무겸장. 철저한 계획 하에 용의주도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그를 잡고야 말겠다며 혈안이 되어 있는 호리건을 매번 농락하듯 따돌린다. 대통령 경호실 역시 그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정작 이렇다 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는 하나도 찾아내지 못한다.

 무기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모양. 금속 재질로 된 일반적인 총기의 반입은 검문대에서 걸릴 게 뻔할 뻔자이다 보니, 검문을 통과할 수 있을 플라스틱 재질의 총을 직접 제작한다.

 스토리상 빌런이긴 한데 그 동기에서나 내막에서나 마냥 악당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고독한 캐릭터. 호리건에게 집착하는 심리도 자기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오만함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진심으로 호리건에게 자기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입장 자체는 정반대에 놓여 있지만, 성향 자체는 비슷한 인물이라는 데서 오는 동길감으로 호리건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국가를 위해 헌신해 온 자신을 죽이겠다고 전 파트너이자 친구를 암살범으로 보냈다는 걸 아냐며 통탄하는 장면에서는 이쯤 되면 얘가 빌런이 맞기는 한가 싶을 정도(왠지 한창 멋질 나이의 청년들을 강제 징병하는 주제에 곤란한 문제가 발생했다 하면 여지없이 나몰라라하는 어느 반도국의 현실이 떠오른다면 기분 탓).

 호리건과의 대결 구도는 일견 배트맨과 조커의 그것과 흡사한데, 양측이 서로가 있음으로써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안타깝게도 이쪽 역시 빌런 측에서만 일방적인 호감(조커->배트맨, 리어리->호리건)을 품고 있는데, 호리건은 리어리에 관해 작중 한 번도 긍정적인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특히 라스트 씬에서 리어리가 호리건에게 남긴 전화 메시지의 내용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 연기

 알 사람은 다 아는 연기파 배우인 존 말코비치의 필모 중에서도 커리어 하이. 어딘가 음울해 보이는 연기를 통해 ‘사연 있는 악당’의 모범이라 할 만한 열연을 펼쳤다. 국가에 대한 분노, 복수에 대한 강경한 의지, 그리고 호리건에 대한 미묘한 감정을 훌륭히 연기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대부분의 매체에서 역대 빌런 TOP을 선정할 때 외면하고 있다. <갱스 오브 뉴욕>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빌 커팅과 더불어 도대체 왜 이렇게 평가가 낮은 건지 알 수가 없는 저평가 투톱.

◈ 영화

 93년작이라 좀 오래되긴 했는데, 거의 모든 펨게이들에게 무난히 추천할 만한 괜찮은 작품이다. 스토리, 전개, 분위기까지 호불호가 엇갈릴 만한 요소도 없다. 오늘은 또 어떤 영화를 봐야 하나 방황하고 있을 펨게이라면 킬링 타임이라 생각하며 편히 봐도 좋고, 주제 의식에 관해 고찰하면서 봐도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심리적 대결 구도가 주제이긴 해도, 딱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를 굴리게 하는 유형의 영화는 아니다.






(6) 메가트론 .jpg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6) 메가트론 (Megatron)
[From 트랜스포머(Transformers, 2007)]
[By 휴고 위빙(Voice)]

“오만한 우월 의식과 압도적인 무용을 뽐내는 보스.”

◈ 스토리

 신체 능력과 지적 수준 모두 인간보다 월등히 우월한 고등 종족인 사이버트론에게는 ‘큐브’라는 에너지원이 있었다. 인간보다 우월한 그들조차 힘을 차지하기 위한 갈등과 내분은 피할 수 없었는지 올곧은 정의와 신념을 대변하는 ‘오토봇’ 진영과 음험한 야욕을 대변하는 ‘디셉티콘’ 진영으로 양분되어 오랜 내전을 벌였다.

 내전 중 행성 폭발로 인해 큐브가 우주 공간에서 소실되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큐브를 찾아내기 위해 오매불망 찾아다니던 디셉티콘의 우두머리인 메가르톤은 겨우 큐브가 불시착한 행성인 지구에 도착하긴 했는데, 착륙하면서 뭔 컨트롤 미스를 범한 건지 정신을 잃고 북극에 냉동된 상태로 오랜 기간 있게 된다. 이를 우연히 윗위키라는 탐험가가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 그의 안경에 큐브의 행방에 관한 단서가 각인된다. 이후 메가트론은 미군에 의해 후버 댐 내부로 옮겨져 연구 대상이 된다.

 세월이 흘러 메가트론을 처음 발견했던 탐험가의 손자인 샘 윗위키 앞에 오토봇들이 등장해 큐브의 행방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이를 도청(?)한 디셉티콘들 역시 지구에 도착, 그들의 대장인 메가트론을 해동시킨다. 메가트론은 정중한 자기 소개와 함께 탈출, 이로서 옵티머스가 이끄는 오토봇과 메가트론이 앞장 서는 디셉티콘이 지구에서 격돌함.

◈ 특징/능력

* 이쯤에서 분명히 해두는데, 이후 내용은 어디까지나 07년작 오리지널 <트랜스포머> 기준이며, 속편에서의 메가트론은 전혀 해당 사항이 아니다.

 압도적 강력함. 
 이 짤막한 두 단어로 그의 모든 게 설명된다.

 사이버트론 중 주인공격인 옵티머스 프라임이 정의로움, 현명함, 온건함을 내포한 참된 지도자 군상인 것과는 정반대로 이쪽은 딱히 지략이 뛰어나다는 묘사도 없고, 휘하 디셉티콘들을 이끄는 통솔력이 부각되지도 않는다. 큐브를 탈환하기 위해 오토봇, 인간과 맞붙는 과정만 보더라도 고등 종족이라는 명색이 무색할 만큼 무식하게 들이박는다는 느낌. 여러모로 공심위상과는 거리가 먼 양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가트론이 작중 최종 보스로서의 위엄을 세울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명료하다. 전투력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가 그렇듯, 리더랍시고 뒤에서 폼만 잡고 있는 게 아니라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능동적인 커맨더다. 작중 다른 사이버트론과는 급이 다른 압도적인 무용을 선보이는데, 오토봇과 격돌하자마자 재즈를 완력만으로 능지처참하며 과연 괜히 한 진영의 대장이 아님을 증명한다. 급기야 이어진 대장vs대장 매치에서마저 처발라버리며 옵티머스를 좆티머스로 만들어 버린다.

 성품, 가치관은 옵티머스의 완전한 안티테제. 특히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둘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난다. 옵티머스가 인간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반면, 이쪽은 철저히 ‘하등 생물’ 취급을 한다. 대략 인간이 벌레를 대하는 듯한 태도. 자신의 몸에 닿아 있는 인간을 ‘역겹군’이라며 튕겨낸다든가, 큐브를 품에 안고 존버하려는 샘 윗위키에게 순순히 내놓으면 애완동물로 삼아는 주겠다고 조소하는 장면에서 그가 얼마나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가를 볼 수 있다.

 사실 당장 인간이 그간 먹이사슬 끝판왕으로 우뚝 선 이래 다른 종족을 얼마나 학살하고 파괴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본디 상위 종족이 하등 종족을 존중해 주는 건 기대조차 힘들 노릇이다. 오히려 메가트론은 옵티머스가 결단력 부족한 약골에다 인간 따위 열등한 종족을 감싸주는 버러지라며 비웃는다.

◈ 연기

 담당 성우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으로 유명한 휴고 위빙. 음성 또한 배역에 잘 어울린다. 옵티머스를 연기한 피터 쿨렌(이 분은 트랜스포머 애니 시절부터 옵티머스 담당이셨다 한다)과 쌍벽을 이루기에 부족함이 없다. 

◈ 영화

 <트랜스포머>를 두고 10대들이나 좋아하는 로봇 영화라며 비웃는 건 모르시는 말씀이다. 무작정 자본만 욱여넣어 스케일만 잔뜩 부풀린다 한들 블록버스터로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제작 규모를 감안해도 실로 잘 만든 명작이며, 이는 당장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팬들을 충격과 절망에 빠뜨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관객 동원은 잘만 했음에서 입증된다. 07년작 1편이 얼마나 강력한 임팩트를 심어놓은 것인지 반추할 수 있는 부분.

 기가 차게도 오리지널 07년작 <트랜스포머>가 야기한 진짜 문제는 1편에 깊은 인상을 받아 팬을 자처하게 된 관객들이 속편들의 퀄리티가 처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봐주러 극장을 찾는 흑우짓을 반복하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특히 비교적 최근 작품인 17년작 <트랜스포머5: 최후의 기사>는 이거야말로 진짜 시리즈의 최후가 되어야만 할 좆망작으로, 이걸 내 돈 주고 극장에서 봤다는 것 자체에 자괴감 느껴지고 괴로웠을 정도. 07년작 1편이 블록버스터로서의 모든 성공 요소를 집대성한 띵작이라면, 17년작 5편은 모든 실패 요소를 내포한 병폐 그 자체. 이건 5편만의 문제가 아니라, 1편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퀄리티가 하락해 왔기 때문에 어제 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그래도 <트랜스포머2: 패자의 역습>까지는 괜찮았으니, 아직 이 시리즈를 안 본 펨게이라면 1-2편만 보고 나머지는 과감히 거를 것을 추천한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온갖 설정 구멍과 밸런스 붕괴가 연달아 발생했는데, 특히 디셉티콘들이 최대 희생양이 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떡너프를 먹은 디셉티콘의 1-2인자인 메가트론과 스타스크림으로, 이들의 카리스마는 센과 치히로와 함께 행방불명됐다. 작성자가 굳이 ‘1편에서의 메가트론’으로 한정해 소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7) 매그니토.jpg 매력적인 영화 빌런(2부)

(7) 매그니토 (Magneto)
[From 엑스맨(X-Men) : 1, 2, 최후의 전쟁, 퍼스트 클래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By 이안 맥켈런-노년 / 마이클 패스밴더-청년]

“돌연변이 우생학에 빠진 강경 우월주의자지만 정말 멋져.”

◈ 스토리

 엑스맨 시리즈는 단일 작품이 아니라 한 세계관 내에서 진행되는 시리즈라 세세하게 다루자면 줄거리가 엄청나게 길어진다.

 전체적인 틀만 간략히 하자면, 외모 자체는 인간과 다를 바 없지만 개개인마다 특수한 고유 능력을 지니고 있는 돌연변이(Mutant)들이 존재하는 세계관. 이들의 능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범한 인간들에게 있어 위협으로 여겨진다. 정치권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돌연변이들을 제어하고 격리시킬 방안을 논의하는 등, 갈수록 돌연변이들의 사회적 입지는 약화된다. 페미들이 씨부리는 ‘잠재적 가해자’라는 개념이 이쪽 세계관에서는 돌연변이들에게 통용된다고 보면 된다.

 <트랜스포머>에서 선한 ‘오토봇’과 악한 ‘디셉티콘’이라는 양대 진영 구도를 다루는 것처럼, 이쪽 돌연변이 사회에도 두 진영이 대립한다. 인간과 돌연변이가 평화롭게 ‘하나의 종족’으로서 공존해야 한다며 인간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돌연변이들을 교육시키는 온건파 프로페서X의 ‘엑스맨’과 돌연변이는 인간보다 우월하게 진화된 종족이며 결단코 화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매그니토의 ‘브라더후드’가 그것.

 매그니토가 강경파가 된 데에는 그럴 만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유대인인 그는 어린 시절,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로 인해 수용소가 감금되었고 그곳에서 부모님을 잃었다. 매그니토가 부모님이 끌려가는 방향의 쇠창살을 접촉없이 구부러뜨리는 광경을 목격한 수용소장은 그가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돌연변이임을 눈치챘고, 아직 능력을 본인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구사하지 못하던 시절의 그를 불러내 자기가 보는 앞에서 다시 능력을 발휘하게 시켰고 그가 해내지 못하자 어머니를 살해했다.

◈ 특징/능력

 작중 돌연변이들은 심한 물리적 타격을 입어도 빠르게 재생되는 미친 회복력을 자랑하거나(로건),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거나(미스틱), 심지어 텔레파시로 상대 심리를 읽어내고 마음을 조종하기까지 하는 등(프로페서X) 겉모습만 인간이지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은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다. 그런데 매그니토는 이런 돌연변이들 사이에서도 ‘최강의 돌연변이’로 불리며, 실제로 작중 그가 선보이는 능력은 스케일이 다르다. 

 매그니토의 능력은 무려 ‘금속 조종’. 철, 금속이 함유되어 있기만 하다면 어떤 물체이든지 본인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다. 물론 공격 수단임과 동시에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없다. 작게는 철분이 다량 주입된 인간의 몸에서 철분만 빼내어 만든 쇠구슬을 무기 삼아 탈옥한다거나, 크게는 스타디움을 공중으로 들어 올려 포위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현대 사회에서 금속이 차지하고 있는 지대한 비중을 상기했을 때, 별의별 능력자들이 가득한 돌연변이들 중에서도 사기캐.

 그 크기와 형태와는 무관하게 모든 금속을 무기화시킬 수 있는 만큼, 금속이 안 들어간 것을 찾기가 힘든 현대의 화기로 주장한 인간들에게는 극악의 상성이다. 당연히 총기 따위로는 대화가 안 되며, 심지어 탱크, 전투기, 미사일조차 그의 앞에서는 백날 쏟아부어봐야 장난감 신세. 애초에 금속이 함유되어 있는 무기는 그의 눈앞에 띄는 순간 무기화되기 때문에 그를 도와주는 꼴이 된다.

 심지어 비행과 기계 조종까지 가능할 정도로 범용성마저 넓은 능력이다. 금속 자체를 날탈로 삼을 수도 있고, 그냥 쇠로 된 의복이면 간단히 들어 올려 비행이 가능. 또한 단순히 금속으로 된 물체 자체만 다루는 선에서 그치지 않고, 해당 기계의 시스템마저 해킹하듯 성능을 100% 살려 활용할 수 있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는 매그니토를 의식해 기껏 플라스틱 재질로 대 돌연변이 전투 머신을 제작했더니만, 철로를 뜯어내 만든 철사를 머신에 투입시켜 자신을 따르는 병기로 탈바꿈시키기까지 했다.

 그래도 약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금속을 활용해 방어를 펼치려면 아무래도 찰나의 시전 시간은 필요하기도 하고. (1) 기습을 가하거나 (2) 정신 지배 같은 정신 계열 능력으로 제압하거나 (3) 금속이 일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공격 수단에 당하는 건 천하의 매그니토로서도 답이 없다.

 매그니토의 모티브는 흑인과 백인은 결코 공존할 수 없으니 분리되어 각기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분리주의 흑인 운동가였던 말컴-X.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게도, 프로페서X의 모티브는 평화주의 흑인 인권 운동을 벌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다.

 돌연변이들이 가진 능력을 두려워 하여 몰아내고자 안간힘을 쓰는 인간을 비루하게 여겨 경멸할 뿐 아니라, 돌연변이들에 비해 진화에 뒤쳐진 열등 종자들이라고 여기는 우생학 신봉자. 작중 그의 행보만 봐도 인간과 돌연변이로 철저히 이분화해 대우하는 걸 볼 수 있다. 그의 이런 극심한 진영주의적 사상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은 줄곧 그를 따라오며 많은 공헌을 한 심복인 미스틱이 그를 구하려다가 돌연변이의 능력을 제거하는 특수 탄환에 대신 맞아 인간이 되어버리자, 비정한 표정으로 ‘너는 더 이상 우리 일족이 아니야’라며 가차없이 외면하는 씬.

 작성자는 히어로 무비 자체가 취향에 맞지 않는 터라 마블 영화에 관심이 없는데, 유일하게 마블 캐릭터 중 딱 하나 좋아하는 게 바로 이 매그니토다. 강경한 신념, 확실한 진영주의, 절륜한 능력, 강력한 실행력까지 여러모로 매력적인 빌런. 개인적으로 작성자가 돌연변이라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매그니토의 편에 붙었을 것.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는 대통령을 볼모로 잡고는 TV생중계를 통해 전국의 돌연변이들에게 더 이상 숨지 말고 나와서 합류하라는 연설을 할 때가 베스트.

◈ 연기

 시리즈 1편, 2편, 그리고 3편에 해당하는 <최후의 전쟁>에서의 나이 든 노년 매그니토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로 유명한 이안 멕켈런이 맡았다. 워낙에 간달프 이미지로 각인된 터라 매그니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연기력 자체만 놓고 보면 뛰어났다. 특히 인간을 상대로 보이는 우월 의식에 가득 찬 표정과 태도는 매그니토의 돌연변이 우생학을 잘 반영했다. 

 <퍼스트 클래스>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의 청년 매그니토는 마이클 패스밴더. <퍼스트 클래스>의 개봉 소식을 듣고 괜히 새로 기용된 배우가 매그니토의 위엄에 손상을 입히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괜한 기우였다. 맥켈런의 매그니토가 오만방자한 강경파라면, 패스밴더의 매그니토는 내적 갈등과 복수심에 피폐해진 상태의 젊은이.

◈ 영화

 1편만 제외하면 딱히 추천할 생각이 없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와는 달리, 이쪽은 마블 영화들 중 다소 저평가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괜찮은 작품들이다. 시리즈 중 으뜸이라 생각하는 것은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인데, 이는 역시 전편인 <퍼스트 클래스를> 생략하고 본다면 이해하기 쉽지 않으므로 엑스맨 시리즈를 처음 보고자 하는 펨게이들은 11년작 <퍼스트 클래스>와 14년작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순서대로 보는 것을 권장한다(데오퓨 이후로는 작성자가 안 본 관계로 <아포칼립스>에 관해서는 조언할 수 없다). 데오퓨까지 보고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면 로건(울버린)이 주인공인 오리지널 엑스맨을 1-2-3 순서대로 보면 된다. 단, 3편인 <최후의 전쟁>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전편들에 비해 다소 낮은 편. 

 첨언하자면, 16년작 <아포칼립스>까지는 평가가 나쁘지는 않았고, 작년에 개봉했던 <다크 피닉스>는 PC 떡칠된 역대급 개망작으로 유명하니 거르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스타워즈8: 라스트 제다이>는 부정적인 방향이라 문제이긴 했
이전 다음 목록